유럽에서 찰칵찰칵_난 부끄럽지 않아! 조각글,감상과단상




한국 사람들이 유럽 여행에 가면 사진 찍기 바쁘다는 얘기가 있죠.
저도 가보니 정말 한국인들은 사진찍기 바쁘더라고요.
(그리고 평소엔 사진 안 찍는 저도 평생 찍은 사진과 맞먹게 많이 찍음)

이 부분에 대해서 부정적인 이야기를 들으면 아 좀 그런가? 했었는데
아니다, 그래도 많이 찍어야 한다, 완전 정상,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작년 겨울,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한국 가는 비행기를 타려고
공항 리무진 버스를 탔는데요. 베니스에서 공항이라고 하면
보통 마르코폴로 공항만 생각하는데, 저희는 생뚱하게
다른 공항 가는 버스를 탔다 이겁니다(...)

실제로 마르코폴로 공항은 본섬에서 30분 정도 거리입니다.

마르코폴로 공항가는 리무진 버스가 있는 광장이라고 하니
저희는 당연히 모든 공항리무진이 그 곳으로 가는 줄 알았지요.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거의 한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생뚱한 공항.
너무 당황해서 사진찍을 생각도 못했고, 공항 이름도 기억 못합니다.

제 기억에는 베니스 북쪽 트레비소를 지났던 듯도 하고...
하지만 모르겠습니다. 왜냐면 저희 부부는 버스 내에서
내내 잠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죠. 둘다 감기약을 과용한 상태였고...
사실 둘 중 하나라도 깨어있었으면, 30분 내외로 걸린다는
마르코폴로 공항을 가는데 왜 고속도로에 들어갔으며,
한시간이 넘도록 안 내려주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졌을 겁니다.

저는 마르코폴로 공항은 한번도 가본적이 없었으므로 내리면서
아 마르코폴로 공항 작다고 말만 들었는데 거의 터미널급이네 어쩌구했고
화장실을 다녀왔다가 나오고 나서야 그 곳이 다른 공항임을 알았죠 ㅋㅋ

차 빼려는 리무진 기사에게 달려가서 마르코폴로? 마르코폴로? 이러고 있었는데
기사가 노! 하고 어쩌구저쩌구 하는데 알아들을수가 있어야죠...?
(쌍방 영어 못함)

결국 손짓으로 따라오라고 하더니 저희를 다른 리무진에 태우더군요.
그리고 다시 베니스 출발 장소로 복귀 ㅋㅋㅋㅋㅋㅋㅋ
이번에는 기사에게 마르코폴로 가는 버스 맞냐고 물어서 다시 탑승했습니다.
그리고 30분 뒤에는 제대로 도착했습니다.

비행기는 안 놓쳤으니 다행이었죠. 그날 오후 비행기였는데, 저희 둘다
상태가 매우 메롱했으므로 도중에 뭔가 사건이 일어나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해 비행기 탑승시간 5시간 30분 전에 출발했거든요.
돌아다니기도 힘드니까 그냥 공항에 앉아 커피나 마시고 퍼져 있자고...
지금 생각하면 30분 거리를 5시간 30분 전에 출발한 것도 상당히 이성과는 먼 
행동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잘됐으니 됐죠 뭐(...)

아무튼 이 글을 쓴 이유는, 그 정체불명의 공항에 도착하니까
정말 동양인이 한명도 없었습니다. 공항인데도요. 아마 그 공항이 있는 도시가
관광 도시가 아니었겠죠. 그리고 척 보아하니 공항 규모가 아주 작은 게
장거리 노선보다는 유럽 내에서 비행기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아 보였어요.

그때 왠지 체감하게 된 거죠 - 아. 이 유럽사람들은 국경 막 넘어다니잖아.
그리고 한국 사람들이 중국 일본 홍콩 대만 가는것만큼이나 가까워.
게다가 같은 유럽 대륙...
신기한 것도 더 적고, 이웃나라 방문할 기회도 많을 것 같더라고요.
그냥 서울에서 제주도 가는 기분으로도 이웃나라 가겠더군요.

그 정도 되면 뭐 사진 좀 덜 찍어도 되지 않나.

물론 미국사람들은 그럼 왜 한국인들보다 사진 덜 찍는데? 라고 하실수 있겠지만
미국 사람들도 여권 가진 사람들이 전체 국민의 4분의 1도 안되는데요....
상상 이상으로 깡촌 사는 사람들도 많고-_-;;
그런 사람들은 평생 자기 동네 벗어나지도 않는다고요. (유럽 안 옴 -> 사진 안 찍음)

한국 사람들이 사진 찍는 걸 유난히 좋아하는 성향도 물론 있기는 하지만
유럽 가서 유난히 사진 많이 찍는 이유는

1. 신기한 게 많아서
2. 자주 못오니까

이해해 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찍으려고 남에게 폐만 안 끼친다면 말이죠.

그나저나, 사진 이야기 나와서 말인데,
로마에서 찍은 가장 잘 나온 부부 사진 배경에 V자 하고 싱글벙글 웃고 있는
이탈리아(인으로 추정되는) 남자가 찍혀 있는 게 참 거슬립니다.
두 사람이 여행하다보니 둘다 찍힌 사진이 생각보다 적거든요.
거의 뭐 사진만 보면 제가 혼자 여행한 것 같은 수준입니다.
이 남자만 좀 지울 수 없나;;;


덧글

  • jh 2016/01/29 10:40 # 삭제

    지우면 어색할테니 포커스를 날리면 될듯ㅎㅎ
  • kiekie 2016/01/29 15:47 #

    그러면 될까요? ㅋㅋ
  • Esperos 2016/01/29 14:18 #

    제가 프랑스 여행할 때 현지인에게 들었는데, 진짜 사진 찍기 바쁜 관광객은 일본인이라고 하더군요. 한국인들은 셀카 (____)
  • kiekie 2016/01/29 15:37 #

    네 일본이 사진쟁이 원조죠. 일본 > 한국 > 중국으로 점점 번지는 느낌입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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